그러니까 고양이 꼬리는 독립 생명체로 단지 고양이의 몸에 붙어 살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초파리의 자연발생설을 믿고 있는 나와 몇몇 나의 친구들은 이 꼬리단독생명설도 믿고 있는데, 특히 꼬리단독생명설을 연구하려면 나이가 좀 들어 꾀가 늘고 세상만사에 호기심을 잃은 고양이보다는 아직 어리거나 번개탄처럼 나이는 처먹고 나잇값 못하는 정신나간 고양이들을 관찰할 경우 쉽게 그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꼬리란 놈은 성격도 고약해서 항상 편안하고 넓은 마룻바닥이나 침대 위에서는 눈에 띄지 않으나 좁고 높은 캣타워 계단이라던가 변기 위에서 그 모습을 슬며시 드러낸다. 아무래도 본체 고양이를 위기에 몰아넣으려는 본성이 있는 것이리라. 그나마 캣타워라면 조금 낫겠지만 변기 위에서 (그러니까 물이 들어있는 스탠드쪽) 이 꼬리와 담판을 지으려면 변기물에 빠지는 정도는 감수해야한다. (번개탄 바보)
번개탄은 어제 목욕을 했는데 물이 잔뜩 묻은 꼬리란 놈이 번개탄에게 버럭 화를 내는 바람에 탄이는 약 40분간 두세번의 휴식시간을 빼고는 계속 바람개비 돌듯 꼬리를 잡으러 뱅뱅뱅뱅 돌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잡지도 못했지. 내가 대신 꼬리의 화를 풀어주려고 드라이어로 말려주려 했지만 나의 노력은 헛수고였고, 결국 꼬리가 제 풀이 지쳐 화가 풀릴 때까지 번개탄은 그배은망덕한 놈을 잡으려 돌고 돌고 또 돌 수 밖에 없었다.
이제 3살이 넘어가고 있는 씨씨나 메의 경우는 그 꼬리란 녀석들과 조용히 협상을 했음에 틀림없다. 가끔씩 혓바닥으로 서억서억 소리가 나게 그루밍 하게 해주는 댓가로 절대 괴롭히지 않는다 같은 조건하에. 하지만 번개탄의 경우 아직 둘의 싸움이 끝날 단계가 아닌 듯 보인다. 꼬리는 번개탄의 혓바닥을 온 몸으로 거부하고 있다.
앞으로 이 둘의싸움이 끝나려면 몇 번이나 더 번개탄이 변기에서 바둥거리며 변기물로 샤워를 하셔야 할지 난 잘 모르겠다. 번개탄이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상대는 씨씨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 한 살이 한참 지난 번개탄에게는 아직도 멀고 먼 어른 고양이의 세계.
ps. 정말 말도 안되던 저 핑크변태끈내복도 귀여운 얼굴에 귀여운 짓을 하고 있으니 그럭저럭 어울려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