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고양이답게 되는 수많은 수칙 가운데 가장 성가신 14조 "하녀가 책을 보면 책 위에 앉는다."이 수칙은 수십수백개의 부칙을 달고 있는데 글을 쓰면 키보드 위에 앉고, 티비를 보면 티비 위에 앉아 꼬리를 늘어뜨리며, 그림을 그리면 종이 위에 앉는다. 책상 앞에 앉으면 나(고양이)는 책상 위에 앉고, 화장실에 가면 따라가서 변기 위를 미리 점령한다. 어쩜 그리 마음을 잘 읽으시는지 순식간에 점령당해 버리는 책, 책상, 변기, 티비, 스케치북, 키보드, 노트북, 하다못해 냉장고...... 여러가지 의미로 고양이는 독심술을 하는 게 틀림없다. 그 놈의 독심술, 좋은 데나 좀 쓰지. 왜 일보러 화장실 가면 꼭 먼너 질러가서는 변기 위에 앉아 있는거니.
책상 앞에 앉으면 어느새 메가 나타나 길게 몸을 뻗어버린다. 눈치도 보지 않는다. 나는 원래 아까부터 있었어- 식이다. 그러면 나는 "분명히 너 없었거든? 아우, 성가셔!" 라고 잠깐 한숨을 쉬려다가도 눈 한번 깜빡에 스르륵 다 잊어버리고 발을 조물락조물락 할 수 밖에 없다. 하려던 일따위 잊은 지 오래.
이 자식들, 그렇게 이뻐해주는데 아직도 사랑이 모자라나. 노트북도 질투나고, 책도 질투나고 '나만 봐, 나만 봐, 나만 보라구, 엥엥엥'. 아! 그렇구나, 고양이 수칙 14조의 의미는 "관심독차지" 였던 것이었다. 아무리 사랑해도 사람이 저러면 버럭 화가 날텐데, 얘네들의 비결은 뭔거야? 라고 내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책상 위에 자리 잡은 메는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라고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