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오후, 모니터 너머 창밖으로 샛노랗게 내리쬐는 햇빛을 보고 있자니 부순 얼음이 가득 들어간 레모네이드가 너무 마시고 싶어져 참지 못하고 집 앞 이태원의 passion 5를 다녀왔는데 (passion5 rules!) 고양이오줌만큼의 레모네이드로는 도저히 갈증이 달래지지 않더라. 역시 지혜로운 catail의 나혼자 잘해요 음식생활 답게 만들어 마시기로 했다. 바야흐로 레모네이드의 계절이 아닌가.
그곳의 메뉴판에 레몬을 꿀에 절여... 라고 써 있던 것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가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꿀과 레몬을 사왔다. 먹는 이야기는 어쩜 이렇게 잘 기억이 나는지, 나이가 들어 고유명사, 이름, 하다못해 어제 저녁에 뭘 했는지도 기억을 못하면서 스치듯 지나가면서 본 "계란은 10초이상 젓지 마세요" 같은 것은 귀신같이 기억하고, 웹서핑에서 힐끗 봤던 레스토랑 이름과 위치, 가격대, 주차장여부는 왜 다 기억이 나는 걸까. 거 참.
어쨌거나 여기에 홈메이드 레모네이드 레시피를 공개한다. 사실 레시피랄 것도 없이 간단하다.
이거 한 통 잔뜩 만들어 두면 일주일이 행복하고 봄 한철과 여름 한철까지 행복하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감기기운이 있으면 뜨거운 물을 부어 레몬차로 마셔도 좋다.
1. 레몬을 아주 잘 닦는다. 껍질채로 절일 거니 잘 닦는 게 중요하다. 나는 과일을 닦을 때 베이킹소다를 쓴다. 뽀득뽀득 안심된다. 코스트코에서 엄청 큰 암앤해머 베이킹소다를 파는데 하나 사면 1년도 쓴다. 베이킹소다, 최고다.
2. 잘 닦은 레몬을 얇게 썬다. 모양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꿀에 절일거다.
3. 준비해 둔 용기에 레몬을 쓸어담고 꿀을 뿌린다. 아무꿀이나 괜찮은 것 같다. 꿀향기가 진하지 않은 게 좋겠다는 생각. 나는 레몬 3개에 꿀을 5Tsp정도 넣었다. 만들어 먹을때 꿀을 더 넣어도 되니까 너무 달게 만들지 말자.
4. 꿀과 레몬을 휘적휘적, 잘 저어주고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는다. 이걸로 끝. 하룻밤을 재웠다가 아침에 꺼내면 된다.
5. 아침이 되었다. 절여둔 레몬을 한 큰 숟가락 컵에 담는다. 국물이 흥건할텐데 그것도 좀 따라 넣는다. 양따위야 알아서 해라. 다 자기 입맛에 맞추면 되는걸, 자꾸 몇 스푼이냐고 묻지 말것 :) 여기에 페리에나 펠리그리노 아니면 클럽소다등 아무거나 탄산수를 넣는다. 사이다는 별로다. 싼 맛 난다. 그냥 물을 넣어도 나쁘지 않다는 사실. 얼음은 부순 얼음이 좋지만 귀찮으니 그냥 얼음을 가득. 단맛이 모자라다면 꿀을 한 스푼쯤 넣는다. 나는 넣었다.
6. 만약 냉장고가 리치해서 민트잎이 뒹굴고 있다면 조금 따서 넣거나 혹 민트를 좋아한다면 (나처럼) 몇 이파리 짓이겨서 넣고 섞는다. 라임 대신 레몬넣은 모히토스러워라. 이렇게 해서 잘 저은 다음 마셔주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 한 잔 마셨더니, 정신이 확 든다. 정말 봄이라 행복해-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리하자면, "얇게썰은레몬을꿀에절여하룻밤두었다가탄산수랑섞어서마셔라" 가 끝.
미국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햇빛이 쨍쨍한 여름날, 집 앞에 테이블 하나 펼쳐놓고 팔아도 되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레몬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은 뭐든 오케이다. 그 중에도 나는 라임을 구할 수만 있다면 김치통만큼 큰 통으로 절여놓고 싶다. 라임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 (라임 파는 곳 좀 알면 알려달라) 이거말고도 냉장고에 쭈글쭈글해진 자몽이 3개나 있길래 껍질을 까고 똑같이 꿀에 절여놓았다. 얘는 그레이프후르츠에이드가 되겠다. 오렌지를 절이면 오렌지에이드. 청포도도 해볼까 생각중.
정말로!
봄날이 더 화창해보이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마법의 홈메이드 레모네이드다.







